— 만성 채용 직무의 구조적 문제
오늘은 이 직업은 왜 항상 사람을 뽑는다 라고 말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채용 사이트를 보다 보면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 몇 달 전에도 보았던 채용 공고인데, 시간이 지나 다시 들어가 보아도 여전히 같은 직무, 같은 회사, 거의 같은 조건으로 올라와 있는 경우입니다. ‘상시 채용’, ‘수시 채용’, ‘언제든 지원 가능’이라는 문구는 처음에는 회사가 성장 중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일이 많고 확장 국면에 있으니 인력이 더 필요한가 보다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고, 반년이 지나고, 심지어 1년이 지나도 그 공고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조금 다른 질문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정말 이 직업에는 사람이 그렇게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람은 들어오지만 오래 남아 있지 못하는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만성 채용이 반복되는 직무를 떠올릴 때, 먼저 ‘힘든 직업’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하십니다. 감정 노동이 많거나, 업무 강도가 높거나, 체력적으로 버거운 일들 말입니다. 그래서 “원래 힘든 일이니까 사람이 자주 바뀔 수밖에 없다”는 설명으로 상황을 정리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같은 직무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회사에서는 오랫동안 일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어떤 회사에서는 늘 새로운 얼굴만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단순히 직업 자체의 특성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남지 않아서’
만성 채용 직무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은 회사가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표현의 의미입니다. 많은 경우 이 말은 실제로는 ‘사람이 아예 지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이 오래 남아 있지 않는다’는 상황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원자가 전혀 없는 직무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입사 후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3개월, 6개월, 길어야 1년 정도가 지나면 자리를 떠나고, 회사는 다시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채용 공고를 올립니다. 겉으로 보면 채용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은 어느새 문제 제기가 아니라 일종의 상투적인 표현처럼 굳어집니다. 사람이 부족하니 기존 인력에게 일이 몰리고, 일이 몰리니 지치게 되고, 지치니 결국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다시 채용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은 너무 익숙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상하게 느껴지지조차 않습니다. “원래 이 직무는 사람이 자주 바뀌는 자리”라는 말로 쉽게 정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한 번쯤은 질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이 직무는 늘 같은 구조를 반복하고 있는지, 왜 항상 사람이 남기 어려운 환경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말입니다.
만성 채용 직무에는 자주 등장하는 공통된 표현이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배우면서 하시면 됩니다”, “경험 없어도 가능합니다”라는 말들입니다. 이 말들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기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직무가 개인에게 장기적인 커리어로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오래 함께할 사람을 전제로 설계된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울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직무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되지 않은 시스템’의 문제
만성 채용의 원인을 개인의 태도나 역량 문제로 돌리기 시작하면 논의는 빠르게 끝나버립니다. “요즘 사람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조금만 힘들어도 쉽게 포기한다”, “책임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들은 문제를 간단하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편리할 뿐,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사람들이 다른 환경에서는 오랫동안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문제는 사람보다 구조에 있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같은 직무라도 회사마다 체감 난이도가 크게 다른 이유는 업무를 떠받치고 있는 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지 아니면 구조를 점검하는지,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한지 여부에 따라 같은 일도 전혀 다른 경험이 됩니다. 시스템이 없는 조직에서는 일이 늘어날수록 개인의 부담이 그대로 커지지만, 시스템이 있는 조직에서는 일이 늘어날 때 기준을 정리하거나 역할을 재조정하려는 시도가 뒤따릅니다.
만성 채용 직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사람부터 뽑고 보자”는 접근입니다. 당장 일이 밀려 있으니 채용을 먼저 하고, 사람이 들어오면 그 사람에게 일을 넘깁니다. 교육이나 업무 정리는 나중 문제로 미뤄집니다. 그렇게 입사한 사람은 충분한 안내나 기준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되고, 실수는 곧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해석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조직은 점점 더 사람이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채용 공고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 직무가 본질적으로 힘들어서 사람이 남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오랫동안 방치해왔기 때문인지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많은 경우 그 원인은 직무 자체보다 구조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구조를 바꾸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계속해서 뒤로 미뤄지게 됩니다. 그 사이 부담은 개인에게 전가되고, 문제는 반복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말의 함정
만성 채용 직무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또 하나의 표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전공이 필요 없고, 경험이 없어도 금방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은 얼핏 들으면 긍정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반복될수록 그 직업은 점점 ‘대체 가능한 역할’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대체 가능하다는 인식은 곧 교육, 보상, 성장에 대한 투자의 축소로 이어집니다. 오래 남아야 할 이유를 굳이 설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직업이 축적되는 경험이 아니라 소모되는 역할이 됩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시스템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시행착오가 계속 반복됩니다. 사실상 경험이 쌓일수록 더 잘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은 개인과 함께 조직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회사는 다시 말합니다.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고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만성 채용 직무일수록 실제로는 숙련의 가치가 큽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문제를 미리 예측할 수 있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며, 업무 효율도 높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숙련을 구조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사람은 늘 부족한 상태로 남고, 채용은 끝나지 않는 과제가 됩니다.
“이 직업은 왜 항상 사람을 뽑을까요?”라는 질문은 단순히 채용 시장을 향한 질문이 아닙니다. 이 질문은 그 직업이 어떤 구조 위에 놓여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부족하다는 말 뒤에는, 사람이 남을 수 없는 이유가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개인의 문제로 단정하기 전에, 그 직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사람을 소모하는 구조가 아니라 경험을 축적하는 구조인지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성 채용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것은 구조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그 신호를 읽지 않는 한, 채용 공고는 계속 올라오고 같은 질문은 반복될 것입니다. 이 직업은 왜 항상 사람을 뽑는 걸까요. 어쩌면 그 답은 사람보다 시스템에 더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