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견딜 수 있나요? 모두가 나를 좋아하진 않아도 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 합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건강한 거리두기를 배워가면 좋겠습니다.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 ‘관계 불안’의 근원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이 한마디에는 단순한 불편함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심리적 부담을 줍니다. 심지어 그 사람이 가까운 지인이 아니더라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존재’ 자체가 불안의 원인이 되곤 합니다.
이런 감정을 심리학에서는 ‘관계 불안(Relationship Anxiety)’이라고 부릅니다. 관계 불안은 타인의 평가, 인식, 감정 변화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즉, “내가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불안이 증폭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안의 뿌리는 ‘관계 중심 사고(Relational Thinking)’에서 비롯됩니다.
한국 사회처럼 유대와 조화를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좋은 사람’, ‘배려심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사회적 안전장치로 작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와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을 ‘사회적 위협’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죠.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나 인정 욕구가 강한 분들은 이런 관계 불안을 더 자주 경험합니다. 이들은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는 내면의 명령을 따르며, 타인의 감정에 과도하게 민감해집니다. 상대가 조금 무표정하거나 말수가 줄면 ‘내가 뭘 잘못했나?’라는 자동 사고가 작동하고, 결국 자신이 한 행동을 끝없이 되짚으며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보면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얻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인간관계는 서로의 성향, 가치관, 감정 상태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어떤 관계에서는 ‘좋은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즉,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게 나의 잘못은 아닙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관계 불안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입니다.
왜 ‘싫어하는 사람’을 견디지 못할까 — ‘좋은 사람 콤플렉스’의 함정
관계 불안을 겪는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특징은, 바로 ‘좋은 사람 콤플렉스(Good Person Complex)’입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과도한 타인 지향성(other-oriented mindset)’으로 설명됩니다. 즉, 자신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과 평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고 패턴입니다.
1)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내가 부족해서”라는 왜곡된 신념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타인의 부정적 반응을 ‘나의 실패’로 해석합니다. 상대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나?’, 상대가 거리를 두면 ‘내가 싫어졌나?’라고 스스로 원인을 만들어냅니다. 이때 내면의 대화는 늘 ‘내 탓일지도 모른다’로 끝납니다.
이런 인식은 결국 자존감을 약화시키고,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는 관계 의존 상태를 만듭니다. 즉, 나의 감정이 내 것이 아니라, 타인의 표정과 말투에 의해 결정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2) 완벽한 관계를 추구하는 ‘관계 완벽주의’
관계 불안을 가진 사람들은 관계에서도 완벽을 추구합니다. “모두와 원만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밉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감정의 방향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모든 관계가 평등하거나 친밀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자신을 계속 다듬습니다. 결국 이러한 과도한 자기통제는 ‘진짜 나’를 숨기게 만듭니다. 상대의 기대에 맞추려 애쓰다 보면, 나의 감정은 점점 무시되고 억눌립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관계 피로’가 쌓이고, 어느 순간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감정적 탈진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3) ‘감정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
모든 인간관계에는 ‘적정 거리’가 필요합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리치는 이를 ‘감정적 거리두기(Emotional Distancing)’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냉정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과 나의 감정을 분리해 인식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즉,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는 감정은 그 사람의 선택이지, 그 감정이 나의 가치나 존재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이 감정의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관계 불안을 다루는 핵심입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견디는 힘’ — 건강한 관계 거리두기 연습법
그렇다면 실제로 어떻게 하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견디며 건강한 심리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다음은 심리 상담과 인지행동치료(CBT)에서 자주 활용되는 실질적 접근법입니다.
(1) 타인의 감정을 ‘정보’로만 받아들이기
누군가의 비난이나 냉담한 태도는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반영하는 정보일 뿐, 그것이 곧 나의 전부를 정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나에게 차갑게 군다면 “그 사람이 요즘 힘든가 보다”라고 해석해보세요. 이렇게 감정의 의미를 ‘나 중심’에서 ‘상황 중심’으로 바꾸면, 불필요한 자책이 줄어듭니다. 이는 인지치료에서 말하는 ‘인지적 재구조화(Cognitive Reframing)’ 기법입니다. 사건을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감정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이지요.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보다 ‘그 사람에게는 나와 다른 기준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이 작은 인식의 변화가 마음의 균형을 회복시킵니다.
(2) ‘좋은 사람’ 대신 ‘진짜 나’로 살기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나답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정받기 위한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관계는 자연스럽게 유지됩니다.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면 “모두에게 호감받는 나”보다 “나 자신에게 솔직한 나”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즉, 관계의 목적을 ‘유지’에서 ‘진정성 있는 연결’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를 유지하면 설령 누군가 나를 싫어하더라도, 그것이 곧 내 존재를 위협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타인의 인정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나’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3) 경계 세우기 연습 — “여기까지가 나의 영역입니다”
건강한 관계는 경계(boundary) 위에 세워집니다. 경계는 ‘벽’이 아니라, ‘안전선’입니다. 즉, 나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구분하고, 상대의 불편함을 모두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나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일 때 “그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의 문제다”라고 내면에서 선을 긋는 연습을 해보세요. 이는 회피가 아니라, 감정의 주체를 분리하는 자기보호 행동입니다. 또한 필요하다면 물리적 거리두기도 도움이 됩니다. 모든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기보다, 감정 소모가 큰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이 더 건강합니다. 관계의 수보다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4) ‘싫어하는 사람’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기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존재는 불쾌하지만, 그 안에는 성장의 단서도 숨어 있습니다. 그 사람을 통해 내가 무엇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내가 어떤 상황에서 불안해지는지를 관찰해보세요. 이것은 자기 이해(self-awareness)를 높이는 중요한 기회가 됩니다.
예를 들어, “나는 권위적인 사람에게 특히 불안해지는구나”를 깨달았다면, 그 순간부터 감정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감정의 원인을 ‘내 안’에서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감정 거리두기의 출발점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관계가 있지만, 그 모든 관계가 나와 잘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그것은 인생의 자연스러운 일부입니다. 오히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의 존재는 ‘내가 모든 사람에게 맞춰 살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지키는 관계의 기술, 즉 감정의 거리두기입니다. 그 거리를 지킬 때 비로소 진짜 나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나는 여전히 충분히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 사실을 믿는 순간, 관계의 불안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할 것입니다.